생존
반도의 주요한 테마는 생존이다. 영화는 좀비로 가득한 한국에서 생존자들이 어떻게 살아남는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전직 군인 정석(강동원)은 4년 전 한국을 탈출했지만, 결국 다시 한 번 돈을 위해 반도로 돌아가게 된다. 이 과정에서 그는 자신과 동료들이 서로를 배신하고, 죽음과 맞닥뜨리는 극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영화는 생존을 위한 투쟁이 얼마나 비참하고 잔인할 수 있는지를 강렬하게 묘사하며, 관객들로 하여금 인물들이 겪는 고통과 두려움을 직접 느끼게 한다. 반도의 세계는 전작 부산행과는 달리 이미 사회가 붕괴된 상태에서 시작된다. 이로 인해 생존의 방식은 더욱 야만적이고 무자비하다. 영화 속 631부대는 그 자체로 인간이 얼마나 극단적인 상황에서 변질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들은 좀비와는 달리 인간끼리 서로를 죽이고 배신하며, 생존을 위한 인간다움을 포기한다. 특히 631부대가 사람들을 잡아놓고 좀비와 싸우게 하며 생존을 게임처럼 즐기는 장면은 생존 본능이 인간을 얼마나 잔인하게 만들 수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관객들은 이 장면에서 단순한 좀비 영화 이상의 무언가를 느끼며, 생존이라는 명목 하에 인간성이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깨닫게 된다. 이러한 점에서 반도는 단순히 좀비와 싸우는 액션 영화라기보다는, 인간의 본성과 그들이 선택하는 생존 방식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영화가 진행될수록 정석은 자신이 생존을 위해 선택한 길이 과연 옳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며, 이는 관객들에게 생존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인간성
영화에서 두 번째로 중요한 주제는 바로 인간성이다. 반도는 폐허가 된 세상 속에서 인간이 어디까지 잔인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면서도, 동시에 희망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영화 초반, 정석은 자신의 가족을 잃고 고통 속에서 살아가는 인물로, 처음에는 생존 그 자체에만 몰두하며 타인에게 무관심한 태도를 보인다. 하지만 그는 민정(이정현)과 그녀의 가족을 만나면서 점차 자신의 인간성을 되찾고, 단순히 생존하는 것 이상의 가치를 발견하게 된다. 특히 민정의 가족은 이 영화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그녀의 딸 준이(이레)와 동생 유진(이예원)은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좀비로 가득한 세상에서 살아남아 왔다. 이 가족은 단순히 생존을 넘어선, 인간다움을 유지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준이는 뛰어난 운전 실력과 기지를 발휘해 위험에서 탈출하고, 유진은 자신의 작은 드론을 통해 세상을 관찰하며 미래를 꿈꾼다. 이들의 모습은 영화 속 어두운 현실 속에서도 인간성의 빛을 잃지 않고 살아남으려는 강한 의지를 상징한다. 반면, 631부대는 완전히 인간성을 잃어버린 집단으로,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사람들을 도구로 사용하며, 윤리적인 기준을 완전히 무시한다. 영화 속 이들의 모습은 생존이라는 명목 하에 벌어지는 비도덕적인 행동이 어떻게 인간성을 파괴할 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개인적으로, 반도가 가장 차별화되는 부분은 이처럼 인간성이 파괴된 세상에서 결국 무엇이 진정한 인간성을 지키는 길인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는 점이다. 정석은 민정 가족을 만나며, 단순한 생존 이상의 무언가를 위해 싸우기로 결심하고, 자신의 인간성을 다시 되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희망
영화 반도의 마지막 메시지는 희망이다. 비록 영화의 대부분이 절망적인 상황에서 벌어지지만, 마지막에 이르러 영화는 관객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정석과 민정은 631부대와의 결전을 벌인 후, 생존자들과 함께 탈출하는데 성공한다. 그 과정에서 민정은 자신을 희생하며 정석과 아이들을 살리려 하지만, 결국 그들 모두가 살아남게 된다. 특히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정석은 결국 자신을 구원하기 위한 선택을 하며, 민정과 그녀의 아이들, 그리고 다른 생존자들과 함께 탈출에 성공한다. 이 장면은 단순히 좀비 아포칼립스 속에서의 생존이 아닌, 절망 속에서도 서로를 위해 희생하는 인간적 가치를 강조한다. 또한, 민정이 자신의 아이들을 위해 끝까지 희망을 잃지 않고 싸우는 모습은 관객들에게 큰 감동을 준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가장 큰 차별점은 바로 이런 희망의 메시지다. 많은 좀비 영화들이 파괴와 절망으로 끝나는 것과 달리, 반도는 생존을 넘어 희망과 인간다움을 회복하는 과정을 그려내며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