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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부산행> 인간성, 생존, 그리고 희생의 대서사시

by 매일 싱싱한 소식, 헬씨토픽 2024. 10. 21.

부산행

 

인간성

부산행에서 가장 눈에 띄는 주제는 바로 인간성이다. 이 영화는 단순히 좀비로부터 살아남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각 인물들이 보여주는 인간적인 면모가 영화의 핵심을 이룬다. 주인공 석우(공유)는 이기적인 자본가로서 초반에는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지만, 딸을 지키기 위한 과정에서 점차 인간적인 변화를 겪는다. 처음엔 타인에 대한 무관심과 냉정함을 보이던 석우는, 위기가 닥치면서 다른 생존자들과 협력하고 희생하는 모습을 통해 자신의 인간성을 되찾는다.

이 영화는 다양한 인간 군상을 통해 위기 속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본질을 탐구한다. 송경철(김의성)이라는 캐릭터는 이기적이고 비겁한 인간의 전형을 보여주며, 자신만을 살리기 위해 남을 희생시키는 비열한 모습을 보인다. 반면 상화(마동석)는 자신의 몸을 아끼지 않고 다른 사람들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주며, 무한한 희생정신을 발휘한다. 이런 대조적인 인물들은 관객으로 하여금 ‘진정한 인간성’이 무엇인지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만든다.

특히,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인간과 좀비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장면들은 인상적이다. 좀비는 물리적으로 인간을 위협하는 존재지만, 그보다 더 두려운 것은 인간들 간의 갈등과 이기심이다. 영화는 위기 상황에서 인간의 선과 악이 어떻게 드러나는지를 사실적으로 그려내며, 관객들에게 인간성의 복잡한 면모를 생각하게 한다.

 

 

생존

부산행은 생존이라는 기본적인 본능과 도덕적 선택의 갈등을 매우 극적으로 그려낸다. 기차라는 폐쇄된 공간 속에서 사람들은 한정된 자원과 안전을 두고 끊임없이 선택의 기로에 선다. 이 영화가 관객에게 큰 충격을 준 이유 중 하나는, 누가 진짜 적인지 모호해지는 상황 속에서 인간들의 선택이 얼마나 잔인하고 이기적으로 변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생존을 위해 싸우는 인물들의 행동은 때로는 공감을 얻기도 하지만, 어떤 순간에는 그들의 이기심과 비도덕적인 선택이 강한 불편함을 느끼게 만든다. 예를 들어 송경철은 자신을 살리기 위해 다른 사람들을 기차 칸에서 몰아내며, 그로 인해 무고한 사람들이 희생된다. 이런 행동은 생존 본능이 인간을 얼마나 추악하게 만들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장면이다.

하지만 이 영화가 주는 가장 큰 메시지는 단순히 '살아남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는 점이다. 상화와 석우의 행동은 생존을 넘어선 도덕적 선택을 강조한다. 상화는 자신을 희생해 다른 사람들을 구하고, 석우는 자신의 목숨을 바쳐 딸을 지키기 위한 마지막 선택을 한다. 결국 영화는 생존 그 자체보다, ‘어떻게 살아남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점을 관객에게 일깨워준다. 이런 점에서 부산행은 단순한 재난 영화가 아니라, 생존과 도덕적 선택이라는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영화다.

 

 

희생

부산행의 또 다른 중요한 주제는 희생이다. 이 영화에서 등장하는 주요 캐릭터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타인을 위해 희생한다. 상화는 아내와 태어날 아이를 위해, 석우는 딸 수안을 위해, 그리고 다른 인물들도 저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희생을 선택한다. 이 영화는 개인의 희생이 얼마나 큰 울림을 줄 수 있는지를 극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영화의 절정에서 석우가 좀비가 되어가는 자신의 몸을 기차 밖으로 던지면서 딸을 구하는 장면은 관객들에게 큰 감동을 준다. 석우는 그동안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캐릭터로 그려졌지만, 딸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기꺼이 바치며 진정한 변화를 보여준다. 이 장면은 부모로서의 사랑과 희생, 그리고 인간으로서의 마지막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한편, 영화 속에서 상화가 보여주는 희생은 또 다른 감동을 준다. 상화는 힘과 용기로 다른 사람들을 지키며, 그가 결국 목숨을 바쳐서라도 남들을 구하려는 모습은 진정한 영웅의 모습을 그려낸다. 이 영화가 단순한 좀비 액션 영화로만 끝나지 않고, 깊은 울림을 주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인물들의 희생과 그들이 보여주는 인간애 때문이다.

 


개인적 평가

개인적으로 부산행은 단순한 좀비 영화 이상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좀비라는 장르적 클리셰를 활용하면서도, 그 안에 깊은 인간적 고민과 사회적 갈등을 녹여냈다. 특히 기차라는 제한된 공간 안에서 다양한 인간 군상을 통해 드러나는 갈등과 생존 본능은 매우 현실적이면서도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기존의 좀비 영화들이 좀비에 대한 공포를 중심으로 다뤘다면, 부산행은 인간들 간의 갈등과 희생을 중심으로 한 매우 차별화된 작품이다. 또한, 이 영화는 액션과 스릴 넘치는 전개를 통해 몰입감을 주면서도, 동시에 인간의 본성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든다. 석우와 상화의 캐릭터가 대비되는 장면들은 특히 인상적이었으며, 그들의 행동을 통해 우리는 '생존'과 '도덕적 선택' 사이에서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지 고민하게 된다. 이기적인 선택이 과연 정당한가, 아니면 타인을 위해 희생하는 것이 진정한 인간성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이 영화는 단순히 즐기고 끝나는 영화가 아닌, 한 번 더 생각해볼 만한 가치를 지닌 작품이다.